← 연재 목록로 돌아가기

기사·기고 / NA:NNAL STORIES

시진핑은 '사회주의 이웃', 푸틴은 '다극질서'… 달라진 북한 외교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에 중국과 러시아가 보낸 축전을 비교하며 두 나라와 북한의 관계가 굳어지는 방식과 그 차이를 읽습니다.

북한 정권 수립 78주년인 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다. 노동신문은 두 축전을 1면에 실었다. 시 주석은 북한을 "서로 지켜주고 도와주며 운명을 함께 하는 친선적인 사회주의린방"이라고 불렀고, 푸틴 대통령은 북러 관계가 "친선과 선린, 호상원조의 원칙"에 기초해 왔다고 했다.

지난해 시진핑의 표현은 "산과 강이 잇닿아있는 전통적이며 친선적인 린방"이었다. 올해는 여기에 '사회주의'와 '운명을 함께 한다'는 말이 붙었다.

2024년 축전에서 시 주석은 북중 간 "전략적 의사소통"을 심화하고 두 나라의 "사회주의 위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난해에도 '전략적 의사소통'과 '사회주의 위업'을 거듭 강조했다. 당시 사회주의는 두 나라가 함께 밀고 갈 사업을 가리켰다.

이번에는 북한 자체를 "사회주의린방"이라고 불렀다. '사회주의'가 공동의 사업을 설명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두 나라 사이의 성격을 규정하기 시작했다.

'전략적 의사소통' 대신 나온 말은 '전략적 인도'다. 지난 6월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시 주석은 이번 축전에서 당시 만남이 "두 당, 두 나라 관계발전의 새로운 장"을 펼쳤다고 적었다. '전략적 인도' 역시 6월 정상회담에서 전면에 내세운 표현이다. 평양에서 합의한 관계의 틀이 석 달 뒤 연례 축전에도 그대로 남았다.

러시아 쪽에서는 '호상원조'라는 말이 눈에 띈다.

지난해 푸틴 대통령은 북한군의 쿠르스크 전투 참가를 직접 거론하며 이를 북러 "친선과 호상방조의 뚜렷한 상징"이라고 했다. 북한군이 러시아 땅에서 함께 싸운 사건을 두 나라의 상호원조를 보여주는 사례로 내세운 것이다.

이번 축전에는 쿠르스크라는 이름이 없다. 모스크바와 평양의 관계가 "언제나 친선과 선린, 호상원조의 원칙에 기초"해왔다고 적었을 뿐이다.

쿠르스크 전투를 끌어와 증명하던 '호상원조'가 이제는 북러관계를 설명하는 출발점에 놓였다. 특정 전투의 의미를 부각하던 말이 관계 전체를 설명하는 말로 자리를 옮겼다.

푸틴이 북러관계를 바라보는 범위도 달라졌다. 2024년과 지난해에는 양국 관계의 발전이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 전반의 안전과 안정"에 기여한다고 했다. 올해는 "보다 정의롭고 다극화된 새로운 세계질서"를 내세웠다.

평양과 모스크바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에 묶어두지 않고, 러시아가 말해온 세계질서 재편 속에 집어넣은 것이다.

실제 북러관계 역시 군사협력에만 머물지 않는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7일에는 두 나라를 잇는 첫 자동차 전용 국경교량이 문을 열었다. 군사협력으로 급격히 가까워진 관계가 물류와 사람의 왕래까지 넓어지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의 축전은 더 노골적이다.

그는 지난해 8·15 축전에서 노동당과 통일러시아당의 협력이 서방의 신식민주의 노선에 맞선 공동목표 달성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두 나라가 이미 주요 국제·지역 문제에서 공동 입장을 견지하고 "'서방집단'의 신식민주의로선에 대응하여 정의로운 세계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단결된 힘으로 투쟁하고 있다"고 썼다.

지난해의 기대가 올해는 현재 진행형이 됐다.

그렇다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대하는 방식까지 같아진 것은 아니다. 시진핑은 사회주의와 두 당, 최고지도자의 '전략적 인도'를 앞세운다. 푸틴은 상호원조와 전략적 동반자관계, 다극질서를 말한다. 메드베데프의 언어에는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반서방 대결이 더 짙게 배어 있다.

이걸 모두 '북중러 결속 강화'라고 묶는 데서 그치면 아쉽다.

지난 1년 동안 북중·북러 사이에서는 관계의 성격을 바꿀 만한 사건들이 잇따랐다. 김정은의 중국 방문에 이어 시진핑이 평양을 찾았고, 북한군은 쿠르스크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싸웠다. 정상회담에서는 '전략적 인도'가 등장했고, 전쟁에서는 '호상원조'가 확인됐다.

이번 축전에서는 그런 사건을 일일이 불러오지 않아도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쓰인다. '전략적 인도'는 북중관계를 설명하는 표현으로 남았고, '호상원조'는 북러관계의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메드베데프가 지난해 앞으로의 협력을 말하며 꺼낸 반서방 공동전선도 올해는 이미 진행 중인 일로 적혔다.

정상회담이나 전쟁 같은 특별한 순간에 등장했던 말들이 해마다 돌아오는 9·9절 축전까지 내려왔다. 북중관계의 복원과 북러의 군사협력을 매번 예외적인 사건으로 설명해야 했던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중국과는 사회주의와 당 관계를, 러시아와는 상호원조와 다극질서를 깔고 다음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축전에서 확인되는 변화는 거기에 있다. 중국·러시아와의 밀착은 이제 북한 외교에서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 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원문 읽기

← 연재 목록로 돌아가기새 소식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