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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고도화 중단', 김정은은 '더욱 고도화'

북한 미사일 훈련과 한국 대통령의 연설·인터뷰를 대조해, 핵과 ICBM을 우선 제한하는 협상에서 빠질 수 있는 위협을 짚습니다.

"우리의 이같은 활동은 명백히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더욱 고도화하자는 데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10월 4일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말이다. 전날 새벽 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한 김 위원장은 이 견해와 노선에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22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선 북측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중기적 축소를 거쳐 핵 없는 한반도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한국 대통령이 멈추겠다고 한 '고도화'를 북한 지도자는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정상의 방향 차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이 같은 시기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제재와 맞바꿀 대상으로 제시한 것은 추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의 개발 중단이었다. 인터뷰 공개 뒤 열흘 남짓 만인 10월 3일, 북한은 스스로 '중거리전략미사일'이라고 밝힌 무기를 발사했다.

인터뷰의 거래 대상(핵무기와 ICBM)은 연설의 전체 목표(핵·미사일)보다 좁다. 북한이 이번에 훈련한 무기는 그 인터뷰에 명시되지 않았다. '핵·ICBM'부터 멈추자는 구상에서 이를 제외한 다른 미사일은 어떻게 다룰 것인가.

북한은 훈련도 '고도화'라고 했다

북한의 4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훈련은 극초음속전략무기체계를 다루는 미사일병들의 숙련도를 높이고 억제력의 신뢰성·효과성·가동성을 평가하기 위해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무기의 성능 제고와 운용 능력 숙달을 함께 강조했다. 새 무기를 만드는 일과 확보한 무기를 능숙하게 쓰는 일을 모두 고도화로 보는 것이다.

북한이 주장한 성능은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3일 발표에서 한국과 일본이 각각 발표한 비행거리 700㎞ 이상과 약 680㎞를 거론했다. 파도식 비행궤도를 적용하면 상대가 첫 도약 이후 목표를 놓친다는 주장이다. 이미 네 차례 유사한 사례를 목격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발표된 비행거리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한일이 추적에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다. 북한은 이를 입증할 전체 궤적과 관측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 타격을 피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주장 역시 그 발표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

합동참모본부는 정확한 제원을 한미가 정밀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거리'와 '극초음속'은 북한이 발표한 분류와 설명이다.

그 성능을 그대로 믿을 필요는 없어도 북한이 밝힌 훈련 목적은 눈여겨볼 만하다. 부대의 숙련도를 높이고 상시동원태세를 점검한다는 것이다. 시험발사를 멈추는 합의와 무기의 개발·생산·배치·훈련까지 제한하는 합의는 효과가 다르다.

6월에는 '탄도미사일', 9월 인터뷰에서는 'ICBM'

이 대통령이 북의 '고도화' 중단을 서두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NYT 인터뷰에서 북한이 해마다 핵무기 10~20개를 추가로 생산할 능력이 있거나 이미 생산하고 있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확인된 생산량은 아니다. 대통령은 그 위험을 들어 핵·ICBM 개발 중단을 제재와 교환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 중단도 이미 제시한 목표다. <연합뉴스>의 6월 8일 취임 1주년 회견 지상중계에는 단기 목표가 "핵물질 추가 생산 중단", "핵물질 해외 반출 안 하기", "탄도미사일, ICBM 기술 개발 중단"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에는 미사일 개발뿐 아니라 핵물질의 생산과 반출도 거론했다.

6월 회견은 탄도미사일과 ICBM을 함께 언급했고, 9월 유엔 연설은 핵·미사일 능력 전반을 말했다. NYT 인터뷰에서 제시한 거래 대상은 핵·ICBM 개발 중단이다. 표현만으로 정책이 바뀌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연설에서는 전체 목표를, 인터뷰에서는 먼저 성사시킬 거래를 설명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첫 거래에서 빠지는 무기는 언제 다룰 것인가. 핵·ICBM 개발을 제한해도 중거리미사일의 개량과 운용훈련이 계속된다면, 그 분야의 능력 증강은 막지 못한다. 핵물질 생산과 핵무기 개발도 서로 다른 활동이다. 대통령이 거론한 목표들을 실제 합의에서 어디까지 묶느냐에 따라 검증할 시설과 활동이 달라진다.

ICBM 중심의 협상에 대한 우려는 오래됐다. 2019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장관도 북한의 발사 유예를 설명하며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미사일 체계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에는 한국 대통령이 핵·ICBM 개발 중단을 거래 대상으로 거론했다. 연합뉴스도 9월 22일 인터뷰 분석에서 이를 짚었다. 그 뒤 북한은 인터뷰에 명시되지 않은 무기를 발사했다. 김정은은 그 훈련을 핵 억제력의 '고도화'라고 불렀다. 오래된 우려를 다시 꺼내게 만든 구체적인 사건이다.

무엇부터 멈추고, 무엇을 다음에 다룰 것인가

북한이 고도화를 계속하겠다는 상황에서 모든 무기를 한 번에 묶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선 가능한 합의부터 추진하자는 대통령의 판단은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그 합의 이후다.

필자는 정부가 핵·ICBM을 우선 제한하려는 것이라면, 중거리 이하 미사일의 개발과 배치·훈련을 다룰 계획도 함께 내놓는 편이 타당하다고 본다. 첫 합의의 성과를 설명할 때 그 밖에서 커지는 위협까지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시험발사 중단과 기술 개발 중단은 범위가 다르다. 핵물질 생산을 멈추는 것과 새 핵무기 개발을 멈추는 것도 같은 말이 아니다. 이런 차이는 합의문에서 금지 대상과 확인 절차를 정할 때 중요해진다. 김정은은 미사일 훈련을 '고도화'라고 불렀다. 이 대통령은 '고도화 중단'을 첫 단계로 제시했다. 그 첫 단계에 북한이 중거리미사일이라고 밝힌 무기와 운용훈련까지 포함되는지, 포함되지 않는다면 언제 어떻게 다룰지 정부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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