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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에 쓴 반년,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무엇을 내줄까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의 전쟁 부담과 협상 의제를 살피며, 한반도 방어태세를 중동전 협조의 대가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맞는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공항에서 영접하는 일은 드물다. 이튿날 백악관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도 예정돼 있다.
트럼프는 13일 에어포스원에서 중국 측이 이란에 요르단 미군기지 위성사진을 제공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두고 "우리도 그들을 염탐한다"고 했다. 이어 시진핑도, 미국도 "꽤 합리적으로 행동해왔다"고 말했다. 중국의 제공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2월 말 이란 공격을 시작한 뒤 반년, 중국을 압박하던 미국 대통령은 이제 시진핑의 협조도 구해야 하는 자리에 섰다.
정상회담 전 베센트 재무장관과 허리펑 부총리가 뉴욕에서 맞춘 의제도 이를 보여준다. 양측은 AI 사고 통보 체계와 일부 비전략 품목의 관세 조정을 논의했다. 첨단 AI 칩과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는 논의 대상에서 빠졌고, 미국 기업들이 요구해 온 희토류 공급 문제도 진전이 확인되지 않았다. 공동 발표문에 올릴 작은 성과부터 찾고 있는 셈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8월 1일까지 이란전 비용을 380억 달러로 집계했고, 이후에도 매달 30억 달러가 더 들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는 미군이 장거리 정밀타격 미사일을 "거의 모두"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CBO는 비축분을 다시 채우는 데 5년가량이 걸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백악관과 펜타곤은 탄약 부족 판단을 부인했다. 그러나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7월 상원 청문회에서 900억 달러에 가까운 긴급 보충재원을 호소했다. 전쟁은 교착 상태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에너지 가격을 밀어 올렸다.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48달러까지 올랐다. 트럼프는 이를 "아주 싼 대가"라고 불렀지만, 유권자의 생활비는 외교 수사로 내려가지 않는다.
대중국 압박 수단도 예전처럼 쉽게 쓰기 어렵다. 고율관세는 중국의 희토류 우위에 부딪혀 무역 휴전으로 이어졌다. 대만에 대한 140억 달러 규모 무기 판매안은 지난 5월 미중 정상회담 뒤 보류됐다. 트럼프는 이를 "협상의 아주 좋은 카드"라고 했다. 대만 판매를 보류한 순간, 미국은 중국을 압박할 수단 하나를 협상장 안에 묶어뒀다.
이란 문제도 그렇다. 베센트 장관은 중국의 대이란 금융·경제 연결을 이번 협의 의제로 올렸다. 미국은 중국의 일부 독립 정유업체를 제재했지만, 대형 금융기관에는 손대지 않았다. 이란을 고립시키겠다는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도 관세 휴전이 깨지는 것과 미국의 기술 봉쇄가 더 넓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지난 5월 중국이 약속한 미국산 농산물 추가 구매와 보잉 항공기 구매도 아직 매듭짓지 못했다.
일부 농산물·에너지 구매, 비전략 품목 관세 인하, AI 안전 원칙은 중국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내놓을 수 있다. 트럼프는 이를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 대만·희토류·첨단 반도체처럼 전략적 비용이 큰 쟁점은 공동 발표문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사전 협의에서 드러난 범위만 보면, 이번 회담은 관세 일부 조정과 AI 통보체계를 성과로 삼고 핵심 갈등은 남겨 두는 형태가 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에게는 이란전의 부담을 가릴 성과가 되고, 중국에는 미국의 압박을 늦출 시간이 생긴다.
한국은 그 거래의 바깥에 있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UN)총회 참석차 21일 출국하며, 트럼프와의 회담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이행 문제도 아직 협상 중이다. 이 대통령은 이란전에 관여하거나 참전하는 형태의 파병은 없다고 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기여"는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한 번 경계선은 흐려졌다. 트럼프는 한국의 이란전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한 뒤 한미연합연습을 축소했다. 한반도 연합방위태세를 점검하는 훈련과 중동전 협조가 같은 계산 안에 들어간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이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상선 안전에 문제인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이유로 한국군을 파병해서는 안 된다. 군함·초계기·기뢰 제거·군수 지원은 '최소한의 기여'나 '항행 보호'라는 이름을 붙여도 미국의 이란전 수행을 돕는 일이 될 수 있다. 한미연합연습과 전시작전통제권 검증은 북한의 위협과 한반도 방어 필요에 따라 다뤄야 한다. 이란전 협조의 영수증처럼 다뤄져서는 안 된다.
시진핑에게 북핵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기대하는 일도 현실적이지 않다. 북한은 중국이 미중회담의 선물처럼 넘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미중·북미 대화가 한반도 군사태세에 영향을 준다면, 한국은 사후 통보를 받는 나라가 아니라 협의의 당사자여야 한다.
24일 회담을 앞둔 지금, 한국은 한반도 방어태세를 이란전 지원의 대가로 내줄 수 없다고 밝혀야 한다.
